DRAM/SSD 메모리 가격 대란: 2026년 언제 PC·스마트폰·NAS를 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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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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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hlee@stdl.kr
최근 견적 상담을 하다보면 메모리 가격이 상당히 오른 것 때문에 고객 분들께서 부담을 많이 가지십니다.
결론 먼저 말씀드리자면 최근의 메모리 가격 상승은 단순한 변동 수준이 아닙니다. 한 메모리 제조사는 2028년까지 일반 DRAM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거라고 작년 말에 얘기했고, 어떤 반도체 공급 업체는 이미 2027년까지 주문을 모두 받아서 추가 주문을 받기 힘들다고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며,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지, 또 향후 전망도 알아보겠습니다.
1. 최근 가격 급등의 원인
시장 조사 업체 TrendForce 기준, 2026년 1분기 DRAM의 계약 가격1은 2월이 이제 막 시작되었음에도 이미 90-95% 급등했다고 합니다. 6월까지는 무려 작년 기준 4배 정도의 가격으로 인상된다고 하죠. 2018년에도 반도체 호황기가 있었지만, 이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가격 급등의 원인은 AI입니다.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만드는 GPU 가속기에는 HBM2이라는 것이 꼭 들어가게 되는데, 최대 메모리 생산자인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마이크론(Micron)이 이러한 HBM/서버용 DRAM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소비자용 DRAM의 생산 물량이 상대적으로 타이트해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PC나 노트북 등에 장착하는 DRAM은 팔아봐야 개당 마진이 크지 않은 수준인데, HBM은 개당 마진이 훨씬 큰 수준이라 여러 메모리 제조사들이 돈이 되는 물건을 만드는 데 공장의 모든 자원을 투입하기 때문에 일반 DRAM을 생산할 여력이 없는 것입니다.
낸드플래시(SSD)도 상황은 마찬가지
SSD에서 데이터 저장을 하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낸드플래시 역시 상황이 비슷합니다. AI 기업들이 학습을 넘어 추론 성능을 올리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이를 저장할 고용량 기업용 SSD(eSSD)의 수요가 폭발했고, 이로 인해 TrendForce 발표 기준 이번 분기에 50%대 상승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쓰면 되지, 왜 SSD를 굳이 비싸게 사서 쓰는지 궁금하실 수도 있는데요. AI 워크로드는 단순히 "용량이 크다"보다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 그리고 동시에 많이 읽고 쓰는 것(랜덤 I/O, 낮은 지연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학습이나 추론을 하는 과정에서 모델이 참고하는 데이터(이미지/텍스트/벡터DB 인덱스), 중간 체크포인트, 로그, 캐시 등이 계속해서 드나드는데, 하드디스크는 구조상 지연시간(latency)이 커서 GPU가 데이터를 기다리며 쉬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반면 기업용 SSD는 높은 IOPS와 낮은 지연시간으로 GPU/서버 자원을 '대기 없이' 굴리기에 유리해서, 비싸더라도 총 운영 비용(TCO) 관점에서 선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메모리 사용 기기의 가격은?
다행히 아직까지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메모리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기기들의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았는데요, 우선 스마트폰(갤럭시, 아이폰 등) 제조사들의 경우 선제적으로 필요한 메모리를 구매해 두었고, 특히 애플의 경우 대량의 메모리를 선주문하여 물량을 확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재고가 바닥날 때쯤이면 스마트폰, 노트북, 가전제품 등의 소비자 가격이 15-20% 가량 본격적으로 인상됩니다. 메모리 가격이 BOM3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보니, 가격 상승이 진행되면 엔트리/가성비 라인업부터 스펙 다운을 하거나, 출고가 인상을 하는 패턴을 보일 것입니다.
저희가 고객사에 납품 및 구축하는 나스(NAS) 역시 마찬가지로 내부에 기본적으로 2GB, 4GB, 8GB 등의 단위로 메모리 모듈이 사전 탑재(pre-filled)되어 있습니다.
나스는 소형 서버라서 메모리가 '옵션'이 아니라 기본 구성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모델이 출고 시점부터 2GB/4GB/8GB 정도의 기본 메모리를 포함하고, 이 기본 탑재분 단가가 오르면 유닛 가격 자체가 조용히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저희는 기존에도 고객사에 나스를 제안할 때 필수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전 탑재 메모리 외에 추가 메모리를 권유하지 않았습니다만, 메모리가 꼭 추가되어야 하는 경우는 예전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추가를 해야합니다.
HDD 가격까지 자극?
HDD(하드디스크) 가격 역시 영향권입니다. 이쪽에도 일종의 임시 저장소인 DRAM 버퍼가 들어가며, AI 학습용 초 대용량 학습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여러 기업들의 수요로 인해 현재 소비자용 HDD의 매출 비중이 5% 미만으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업체도 있습니다. 이처럼 HDD 시장 역시 단기간에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희도 최근 고객사에서 나스 구축을 발주받았음에도 하드디스크가 없어서 납품에 애를 먹고있습니다. 저희가 하드디스크를 공급받는 수입사가 8곳 내외가 되는데, 요청 시 10번 중 6번 정도는 해당 용량 디스크가 품절이라는 답변을 받아서 결국 온 시장을 다 뒤져서 겨우 남는 물량을 받아서 납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구하기도 힘들고, 구하더라도 가격이 예전만하지 않습니다. 씨게이트, WD, 도시바 3대 HDD 제조 업체는 모두 최근 공급 가격을 인상하였습니다.
3. 그럼 생산 공장을 늘리면 안될까?
메모리도 HDD도 이렇게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도 더 받을 수 있다면 공장을 더 만들어서 생산하면 그만큼 돈을 더 벌어서 좋을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이는 제조사들의 과거 치킨 게임 경험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메모리 업체도, HDD 업체도 모두 과거 수요 급등으로 인해 제조 공정에 투자를 해 생산 능력을 키운 적이 있습니다. 다만 이 생산 공정을 늘리는 일 자체도 굉장히 오래 걸리는 일이고, 늘린 다음에 수요가 줄어들면 공장은 그대로 놀게 됩니다.
즉 예전처럼 무작정 생산 공정을 늘렸다가 다시 AI 붐이 죽어서 그걸 받아줄 수요가 없어지면 제조사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에 공정 증설에 소극적인 것이고, 제3의 제조사가 메모리나 HDD 생산에 뛰어들기도 힘든 것이, 이미 선도중인 여러 업체들은 초격차라고 불릴 정도의 큰 기술 격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생산 기술을 따라가려면 몇 년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4. 전문가의 조언: 지금 사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많은 분이 "얼마나 기다려야 가격이 내려갈까요?" 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현재 공급망 상황을 볼 때 2026년 내에 유의미한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하반기로 갈수록 완제품 가격에 부품값 인상분이 본격 반영될 예정이며, 이 가격은 2027년까지는 안정화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는 곳이 많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가는 게 좋습니다.
- 도입 예정인 기기가 있다면: 확률적으로 지금이 유리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능한 빨리 도입하시는 게 그나마 예산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해야할 상황이라면: 나중에 추가하는 것보다 지금 풀뱅크로 채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저렴합니다.
- DDR4 기반의 구형 장비를 운용중이라면: 메모리 모듈이 고장난다면 교체할 대체품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DDR5와 HBM 비중이 커지며 DDR4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아져 가용 물량이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2026년의 메모리 시장은 공급자 우위의 시장입니다. AI라는 커다란 흐름이 IT 인프라 전반의 가격 구조를 바꾸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고물가 상황을 상수로 두고 가장 효율적인 인프라 구축 타이밍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구축과 관련하여 부품 수급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